핵심 사건: 24시간 내 규제 방향 전환

9월 17일 새벽, CLARITY 법안이 상원 표결에서 실패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SEC 의장 Paul Atkins는 “SEC는 가상자산에 대해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CFTC 의장도 동시에, 기존 권한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규칙 제정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주요 규제 기관은 의회를 기다리지 않겠다고 명확히 하면서, 행정 규칙으로 입법 공백을 직접 메우기로 했다. 이어 재무장관 베센트의 대안도 확인됐다. 즉 입법이 실패하면 SEC와 CFTC의 규칙 제정 절차가 2026년 남은 기간 동안 미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규제 로드맵’이 된다.

CLARITY 왜 실패했는가

이 법안은 SEC/CFTC의 권한을 구분하고, 거래 플랫폼·브로커·딜러에 대해 등록 및 정보공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법안은 2025년 5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 힐이 발의했으며, 하원은 294:134로 통과시켰다. 2026년 5월에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15:9로 전체 표결로 넘겨졌지만, 9월 15일의 절차 투표에서는 60표 문턱에 못 미치는 49표 찬성·50표 반대로 부결됐다.

실패 원인은 세 가지다:

  1. 정당 대립: 표는 거의 정당 노선에 따라 갈렸다.

  2. 이해충돌 조항: 민주당은 트럼프 가문의 가상자산 이익을 제한하길 요구했지만, 법안은 그의 자녀들을 포함하지 않았다(트럼프는 2025년 가상자산 사업으로 약 14억 달러를 벌었다).

  3.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주(州) 권한: 은행업은 자금이 커뮤니티 은행에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다. 주(州) 검찰총장들이 재무장관의 ‘브레이크(차단) 권한’인 ‘스냅백 권한’에 연합 반대하면서, 주 단위 집행 권한이 약화됐다.

시간 창도 닫힌다: 상원은 9월 14일 재개(복회) 이후 중기 선거까지 약 16개의 유효한 입법일만 남았고, 10월 5일이면 회기가 종료된다. 9월에 추진되지 못하면 법안은 2027년 새 의회로 미뤄지거나, 11월 선거 이후 ‘레임덕(임기말) 회기’에서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방식으로나 겨우 시도될 수 있다.

시장 구조의 세 가지 변화

  1. 가격 책정 논리 전환: ‘규제 촉매를 기다리기’에서 ‘행정 규칙의 실질적 영향 평가’로 바뀌며, 기관들은 SEC의 금융 조달 면제와 CFTC의 현물 인허가를 기준으로 제품 구성을 재설계할 예정이다.

  2. 현물과 파생상품의 분화: CFTC가 디지털 상품 현물의 합법화를 추진하지만, 파생상품은 레버리지 등 엄격한 제약을 여전히 받는다. 이 때문에 기관들이 파생상품 사업을 해외로 옮기게 만들 수도 있다.

  3. 스테이블코인 ‘회색 지대’의 번영: 수익 제한 조항이 법안의 효력을 상실하면서, 단기에는 완화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압박이 커진다. EXIO 연구소의 예측에 따르면 향후 24개월 동안 300–500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자산이 미국에서 홍콩 등지로 이동할 것이다.

글로벌 구도: 다극화 가속

  • 미국: 행정 규칙이 단기 공백을 메우지만, 조각나고 장기적 안정성이 부족하다.

  • 홍콩: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RWA 토큰화 지원, 그리고 소매 BTC/ETH 현물(7일 냉각기간 및 위험 공시 포함)로 아시아태평양의 규제 허브가 됐다.

  • 유럽연합: MiCA의 전면 시행이 ‘셔플(재편)’을 촉발해, 유럽 가상자산 기업의 약 80%가 철수하거나 인수·합병될 가능성이 있다.

  • 중국: 국내에서는 여전히 엄격히 금지되지만, CRS 2.0과 CARF를 통해 역외 관통(크로스보더)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결론

CLARITY의 실패는 규제 절차를 끝내지 못했을 뿐, 확실성을 의회에서 규제 기관으로 옮겼을 뿐이다. ‘CLARITY’ 이후 시대의 핵심 모순은 ‘확실성의 속도’와 ‘확실성의 유효기간’ 사이의 선택이다. 기업은 행정 규칙이 주는 단기 편익을 누리는 동시에 정책이 되돌아갈 때를 대비한 헤지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주도권은 더 안정적인 규제 프레임과 더 예측 가능한 집행이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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